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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세이.시

《이상한 그림》 그림 속에 감춰진 진실을 따라가는 미스터리

 

우케쓰의 《이상한 그림》은 《이상한 집》에 이어 발표된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몇 장의 기묘한 그림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지만, 단순히 그림 속 수수께끼를 맞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다르다.

처음에는 서로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인물과 사건이 등장한다. 임신한 여성이 남긴 그림, 어린아이가 그린 가족 그림, 살해된 미술 교사의 그림, 그리고 오래전 한 소녀가 그린 나무 그림까지 각각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끝까지 따라가 보면 모든 그림이 한 가족의 긴 비극과 연결된다.

《이상한 집》이 평면도를 보고 그 공간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추리하는 작품이었다면, 《이상한 그림》은 그림을 그린 사람의 마음과 그림 뒤에 숨겨진 사건을 읽어 내는 이야기다.


주요 인물

곤노 나오미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인물이다.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학대를 받았고, 자신이 사랑하던 작은 새를 지키려다 어머니를 죽인다. 이후 사회로 돌아와 조산사가 되고 가정을 꾸리지만,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점차 뒤틀리기 시작한다.

곤노 다케시

나오미의 아들. 인터넷에서는 ‘나나시노 렌’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를 운영한다. 유키와 결혼해 아들 유타를 얻지만 출산 과정에서 아내를 잃는다.

가메이도 유키

다케시의 아내이자 미술에 재능이 있는 여성이다. 임신 중 수상한 그림들을 남기며, 이 그림들이 작품 전반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곤노 유타

다케시와 유키의 아들. 어린 시절부터 나오미를 ‘엄마’라고 부르며 자란다. 어린이집에서 그린 한 장의 그림이 감춰져 있던 가족의 관계를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

미우라 요시하루

나오미의 남편이자 다케시의 아버지. 고등학교 미술 교사다. 학생에게는 좋은 선생이었지만 가정에서는 아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했고, 훗날 산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이와타 슌스케

미우라의 옛 제자. 은사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직접 사건을 추적한다. 경찰이 놓친 사망 시각의 문제를 발견하면서 진실에 가까워진다.

구마이 이사무

신문기자. 이와타와 함께 과거 사건을 추적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진범을 포기하지 않는다.

도요카와 노부오

미우라의 오랜 친구이자 경쟁자. 미우라에 대한 열등감과 적대감을 품고 있었으며 사건의 중요한 목격자가 된다.

사사키 슈헤이

대학생. 오컬트 동아리 활동을 하던 중 수상한 블로그를 발견하고 그 안에 남겨진 그림의 비밀을 조사한다.

구리하라

사사키의 후배. 작은 모순과 그림 속 규칙을 찾아내는 능력이 뛰어나다. 작품 초반과 마지막을 이어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루오카 미호

유타가 다니는 어린이집의 보육사. 유타가 그린 그림을 보고 아이의 심리 상태를 걱정하며 그림이 만들어진 순서를 조사한다.

하기오 도미코

심리학자. 과거 어린 나오미를 상담했고, 그녀가 그린 그림을 분석한 인물이다. 마지막에 자신이 오래전 그림을 잘못 이해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 소녀가 그린 나무 그림에서 시작된다

이야기의 첫 장면에는 심리학자 하기오가 등장한다.

그녀는 학생들에게 과거 자신이 상담했던 한 소녀의 그림을 보여 준다.

그림 속에는 여자아이와 문이 없는 집, 날카롭게 뻗은 나뭇가지를 가진 커다란 나무가 있다. 나무 가운데에는 작은 새도 한 마리 그려져 있다.

하기오는 문이 없는 집에서는 타인을 거부하고 싶은 심리를, 뾰족한 나뭇가지에서는 강한 공격성을 읽어 낸다. 반면 나무 안의 새를 보호하는 모습에서는 다른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을 본다.

이 그림을 그린 소녀는 열한 살에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아이였다.

하기오는 아이에게 공격적인 면이 있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보호할 수 있는 마음도 있으니 충분히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이 소녀가 훗날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곤노 나오미다.


죽은 아내가 남긴 다섯 장의 그림

시간이 흘러 대학생 사사키는 후배 구리하라에게 이상한 블로그 하나를 소개받는다.

운영자는 자신을 ‘나나시노 렌’이라고 부른다.

블로그에는 렌과 아내 유키의 결혼 생활과 임신 과정이 기록돼 있다. 처음에는 평범한 부부의 일기처럼 보이지만 임신 후반부터 분위기가 달라진다.

유키는 어느 날 갑자기 심하게 울고 난 뒤 다섯 장의 그림을 남긴다.

아기, 나이 든 여성, 긴 머리의 여성, 어린 남자아이, 성인 남자.

서로 특별한 관계가 없어 보이는 그림들이다.

그런데 구리하라는 그림마다 표시된 작은 원의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원을 기준으로 그림의 크기를 조절해 겹쳐 보자 전혀 다른 장면이 나타난다.

몇 장을 합치면 출산 중 쓰러진 여성과 그 곁에 있는 나이 든 여성, 그리고 아기의 모습처럼 보인다.

다른 그림들을 합치면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이 된다.

그림을 그릴 당시 유키는 아직 살아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출산 과정에서 사망한다.

아들 유타만 살아남는다.

이 때문에 유키가 자신의 죽음을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렌의 블로그도 어느 날 갑자기 마지막 글을 남긴 뒤 멈춰 버린다.

그는 그림의 비밀을 알게 됐다고 쓰고, 어떤 사람의 행동을 용서할 수 없지만 여전히 사랑한다고 남긴다.

이때만 해도 그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아이가 그린 이상한 집 그림

다음 이야기는 몇 년 후의 유타에게로 넘어간다.

유타는 나오미와 함께 살고 있고 나오미를 ‘엄마’라고 부른다.

어머니날을 앞두고 어린이집에서 그림을 그리던 유타는 자신과 나오미, 그리고 두 사람이 사는 아파트를 그린다.

그런데 아파트 윗부분 한곳만 회색으로 뭉개져 있다.

보육사 하루오카는 그 그림을 보고 혹시 아이가 집에서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는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하지만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회색 부분이 나중에 칠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타는 처음에 다른 무언가를 그렸다가 흰색 크레파스로 지우려 했고, 검은색과 흰색이 섞이면서 회색 얼룩이 생겼다. 이후 그 모양을 이용해 아파트 그림으로 바꿨던 것이다.

그렇다면 유타가 처음 그리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집이 아니라 무덤이었다.

어린 유타에게는 희미한 기억 하나가 있었다.

과거 아버지와 함께 묘지를 방문했고, 그곳에서 지금 자신이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과는 다른 진짜 어머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다.

무덤에 적힌 이름은 곤노 유키.

1장에서 등장했던 유키다.

그리고 블로그를 쓴 나나시노 렌은 바로 유타의 아버지 다케시였다.

나오미는 유타의 어머니가 아니라 친할머니다.

유키가 죽은 뒤 나오미는 손자를 자신이 직접 키우며 ‘엄마’라는 위치를 대신하고 있었다.


오래전 산에서 벌어진 미술 교사 살인사건

이야기는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간다.

미술 교사 미우라 요시하루가 혼자 산에 올라갔다가 살해된다.

시신은 심하게 훼손돼 있었고, 현장에서는 슈퍼마켓 영수증이 발견된다.

그 뒤에는 산 능선을 그린 그림이 남아 있다.

부검 결과와 위 내용물을 근거로 경찰은 미우라가 특정 시간대에 사망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몇 년 뒤 미우라의 제자였던 이와타가 사건을 다시 조사하면서 이상한 점이 나타난다.

사라진 음식과 침낭, 그림이 그려진 시간, 당시 산에서 보이는 풍경이 서로 맞지 않는다.

이와타는 결국 경찰이 판단한 것보다 미우라가 훨씬 늦게까지 살아 있었다고 추리한다.

범인이 일부러 다음 날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인 뒤 살해해 사망 시각을 착각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와타의 추리는 진실에 가까웠다.

그리고 너무 가까이 다가간 대가로 이와타 자신도 같은 방식의 공격을 당한다.

그가 죽기 직전 남긴 것도 미우라와 비슷한 산 그림이었다.


범인은 미우라의 아내 나오미였다

미우라와 이와타를 죽인 사람은 곤노 나오미였다.

나오미에게는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이유가 있었다.

남편 미우라는 아들 다케시에게 지나치게 엄격했다. 나오미는 어린 시절 자신이 어머니에게 당했던 폭력을 아들이 다시 당하고 있다고 느낀다.

이혼을 할 수도 있었지만 나오미에게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죽였다는 과거가 있었다.

자신의 전력이 드러나면 양육권을 잃고 다케시를 남편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결국 나오미는 아들을 지킨다는 이유로 남편을 죽인다.

이후 사건을 조사하던 이와타가 진실에 다가오자 그 역시 제거한다.

미우라의 친구 도요카와도 문제였다.

도요카와는 나오미의 살인을 목격했고 그 사실을 이용해 오랫동안 그녀를 협박한다.

나오미는 결국 도요카와까지 죽이고 그가 미우라와 이와타 살인의 범인인 것처럼 상황을 조작한다.

겉으로 사건은 해결된 것처럼 정리된다.


산 그림은 단순한 다잉 메시지가 아니었다

미우라가 죽기 직전 남긴 산 그림에는 뜻밖의 의미가 있었다.

그림은 범인의 정체를 직접 알려 주는 메시지가 아니다.

오히려 나오미에게 유리한 증거였다.

사람들이 미우라가 실제 산 능선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렸다고 생각하면 그림을 그린 시점을 근거로 사망 시각을 추정하게 된다.

그 시간에는 나오미에게 알리바이가 있었다.

미우라는 자신이 왜 죽임을 당하는지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오미가 체포되면 어린 아들 다케시가 부모를 동시에 잃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까지 아들을 위해 아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그림을 남긴 것이다.

나중에 이와타가 같은 형태의 그림을 남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왜 범인이 이 그림을 없애지 않았는가’를 생각해 보라는 단서였다.


나오미의 어린 시절과 문조

나오미의 행동 방식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해된다.

어린 나오미에게는 자신을 사랑해 주는 아버지가 있었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의 학대가 시작된다.

나오미가 유일하게 의지하던 존재는 아버지에게 선물 받은 작은 문조였다.

어느 날 어머니가 그 새까지 죽이려 하자 나오미는 어머니에게 달려들어 결국 살해한다.

나오미에게 폭력은 처음부터 단순한 분노가 아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해 위협을 없애는 방식이었다.

이후 심리 상담을 받고 사회에 복귀한 뒤에도 이 사고방식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유키의 죽음은 이전 살인과 달랐다

다케시는 성인이 된 뒤 아버지 미우라의 옛 제자였던 유키와 만나 결혼한다.

두 사람 사이에 아이가 생기고 나오미도 처음에는 기뻐한다.

하지만 유키의 임신이 진행될수록 나오미에게 다른 감정이 생긴다.

아기가 태어나면 자신은 더 이상 가족의 ‘엄마’가 아니라 할머니가 된다.

평생 자신을 규정해 온 ‘누군가를 보호하는 엄마’라는 자리가 사라질 것 같은 두려움이다.

나오미는 결국 유키를 없애고 자신이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조산사라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이용해 유키의 건강을 서서히 악화시키고, 기록까지 손대면서 위험 신호를 숨긴다.

결국 유키는 출산 과정에서 사망하고 유타만 살아남는다.

나오미는 손자인 유타에게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게 한다.

이 살인은 나오미가 이전까지 저질렀던 범죄와 결정적으로 다르다.

나오미는 항상 누군가를 ‘지킨다’는 이유로 폭력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유키는 누구에게도 위협이 아니었다.

나오미가 유키를 죽인 것은 오직 자신이 계속 엄마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보호가 완전히 소유욕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유키의 그림은 자신의 죽음에 대비한 메시지였다

유키는 죽기 전 나오미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아차리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 다케시는 자신의 어머니를 절대적으로 신뢰했고, 유키 역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유키는 그림을 남긴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젠가 다케시가 그 그림을 겹쳐 보고 진실을 알아차리길 바랐던 것이다.

실제로 유키가 죽은 뒤 몇 년이 지나 다케시는 그림의 의미를 이해한다.

그리고 자신의 아내를 죽인 사람이 어머니였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그가 블로그에 남긴 마지막 글의 상대도 죽은 유키가 아니었다.

나오미였다.

어머니가 저지른 일을 용서할 수 없지만, 동시에 평생 의지하고 사랑해 온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다케시는 그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끝낸다.

나오미는 평생 다케시를 지키려고 했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사랑했던 아들을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린 셈이다.


오랫동안 사건을 추적한 구마이

이와타의 선배였던 기자 구마이는 후배가 죽은 뒤에도 사건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랜 조사 끝에 그는 나오미의 어린 시절과 과거 범죄까지 알아낸다.

하지만 이미 수십 년이 지난 사건이라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구마이는 마지막 방법을 택한다.

현재 나오미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손자 유타다.

그렇다면 자신이 유타를 노리는 위험한 사람처럼 행동하면 나오미가 과거와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마이는 일부러 나오미 주변을 맴돌며 불안을 키운다.

결국 나오미는 유타를 지키려 한다는 생각으로 구마이를 공격하고, 기다리고 있던 경찰에게 체포된다.

이 장면으로 제2장에서 나오미를 따라다니던 수상한 남자의 정체도 밝혀진다.


마지막에 다시 등장하는 구리하라

나오미에게 공격당했지만 살아남은 구마이는 병원에 입원한다.

그리고 우연히 같은 병실에 들어온 사람이 구리하라다.

구리하라는 과거 자신과 사사키가 조사했던 나나시노 렌의 블로그와 뉴스에 등장한 나오미를 연결한다.

그 결과 구마이가 알지 못했던 유키 살인사건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

미우라 사건, 이와타 사건, 유키의 죽음, 다케시의 블로그가 모두 한 사람에게 연결돼 있었다.

그 사람이 나오미였다.


마지막까지 남는 아이, 유타

작품은 나오미가 체포되는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 모든 사건 뒤에 남은 유타가 있다.

친어머니는 자신을 낳다가 죽었다고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는 할머니에게 살해당했다.

자신이 엄마라고 믿었던 사람은 사실 친할머니였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타에게 남은 가족사는 너무나 무겁다.

하지만 마지막의 분위기는 완전히 절망적이지 않다.

유타는 주변 사람들과 평범하게 식사를 하고 어울린다.

그가 부모와 조부모 세대의 비극을 그대로 이어받는 대신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작은 가능성을 남기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네 가지 그림을 다시 보면

이 작품을 다 읽고 나면 처음에는 기괴해 보이던 그림들이 전혀 다르게 보인다.

유키가 남긴 그림은 자신의 죽음과 아이의 미래를 남편에게 전달하기 위한 메시지였다.

유타가 그린 집 그림 속 회색 얼룩은 공포의 표현이 아니라 죽은 친어머니를 기억하려다 지운 흔적이었다.

미우라와 이와타의 산 그림은 사건의 시간을 교란하거나 진범을 가리키는 단서가 되었다.

그리고 어린 나오미가 그린 나무 그림은 작품 전체를 설명하고 있었다.

나무 속에는 작은 새가 있고, 바깥을 향한 나뭇가지는 날카로운 가시처럼 뻗어 있다.


그림을 가장 잘못 읽었던 사람

처음 나오미의 그림을 본 하기오는 공격성과 보호 본능을 서로 다른 두 감정으로 해석했다.

그래서 공격성을 줄이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면 나오미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정반대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오미에게 공격성과 보호 본능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았다.

사랑하는 존재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하는 것.

그 자체가 나오미의 성격이었다.

나뭇가지가 날카로운 것도 나무 안의 새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나오미 역시 자신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을 위해 주변의 위협을 제거했다.

처음에는 새를 위해 어머니를 죽였고, 아들을 위해 남편을 죽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킨다’는 감정은 ‘내 것이어야 한다’는 집착으로 변한다.

그 끝에서 며느리까지 죽이고, 결국 가장 사랑했던 아들마저 잃는다.


읽고 나서

《이상한 집》이 집의 구조를 보면서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을까?”를 생각하게 했다면 《이상한 그림》은 그림을 보면서 “이 사람은 왜 이렇게 그렸을까?”를 계속 묻게 만든다.

그림을 이용한 미스터리라는 점도 재미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인상적이었던 건 하나의 그림을 바라보는 해석이 계속 변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그림이 새로운 사실을 알고 나면 범죄의 흔적이 되고, 또 다른 진실을 알고 나면 누군가를 지키려는 마음이나 마지막 메시지로 바뀐다.

특히 나오미라는 인물이 기억에 남는다.

그녀가 저지른 행동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지만, 처음부터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는 인물로 그려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사랑 자체가 아니라 사랑을 이유로 타인의 삶을 자기 마음대로 결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명분은 처음에는 선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선택을 빼앗고, 자신의 방식으로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보호는 통제가 된다.

나오미가 유키를 죽이는 지점에서 그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다.


이 소설에서 가장 소름 끼쳤던 건 살인 방법보다 오히려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연결이었다.

어린 나오미가 그린 그림은 처음부터 나오미라는 사람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었다.

다만 그 그림을 바라본 어른이 의미를 잘못 읽었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 수많은 사건이 벌어진 뒤에야 그 그림의 진짜 뜻을 깨닫는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보고 싶어진다.

처음 봤을 때와 끝까지 읽고 난 뒤의 그림이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상한 그림》이라는 제목도 결국 그런 의미로 다가왔다.

그림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담긴 마음과 사건을 우리가 처음에는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이다.

《이상한 집》에서 평면도가 사건을 말해 줬다면 《이상한 그림》에서는 사람이 말하지 못한 진실을 그림이 대신 말한다.

두 작품의 소재는 전혀 다르지만 우케쓰가 보여 주는 방식은 닮아 있다.

평범하게 보이는 것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그 안에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타난다.

그래서 다음 페이지에 어떤 그림이 나올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가, 마지막에는 한 가족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얼마나 깊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