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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세이.시

《지하철 1호선 독서클럽》 시간과 우주를 넘어 이어지는 부모와 아이의 이야기

 

김수정의 《지하철 1호선 독서클럽》은 제목만 보면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이야기는 중학생 태성운이 만든 독특한 독서 동아리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어가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지하철 1호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딸, 죽을 운명을 가진 한 소녀, 그리고 먼 우주의 별까지 연결된다. 처음에는 꽤 엉뚱해 보이는 설정들이 하나씩 맞물리면서 결국 부모와 자식, 타인에 대한 관심, 그리고 정해진 운명을 바꾸는 선택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전체 이야기를 알고 나면 제목에 들어간 ‘독서클럽’보다 오히려 ‘지하철 1호선’이라는 공간이 왜 중요했는지가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주요 인물

태성운

중학교 3학년인 주인공. 아버지가 천안으로 직장을 옮기면서 부모는 천안에서 생활하고 성운은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서울에 남는다.

매주 금요일 부모를 만나러 1호선을 타고 천안으로 내려가야 하는 시간을 활용해 ‘지하철 1호선 독서클럽’이라는 자율 동아리를 만든다.

어린 시절 다른 사람을 도우려다가 오히려 자신이 잘못한 사람처럼 몰린 경험이 있다. 그 사건 이후 다른 사람의 일에 괜히 끼어들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미래의 딸 은하와 만나면서 성운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한다.

태은하

신창역에서 성운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소녀.

겉모습은 성운과 비슷한 나이지만 성운을 보자마자 ‘아빠’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고 오직 성운만 은하의 모습과 목소리를 인식할 수 있다.

아직 인간으로 태어난 적이 없는 존재이며 미래에 성운과 이루미 사이에서 태어날 딸이다.

처음에는 이름조차 없지만 성운이 자신의 성과 ‘태어나는 은하’라는 의미를 담아 태은하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루미

성운과 같은 중학교 3학년 여학생.

진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정리역에 있는 논술학원을 다닌다.

성운이 처음 만났을 때는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미래에는 성운의 아내이자 은하의 엄마가 된다.

문제는 원래 정해져 있던 운명대로라면 이루미가 열다섯 살에 죽는다는 것이다.

은하가 과거의 성운을 찾아온 이유 역시 이루미를 살리기 위해서다.

한지애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

금요일마다 천안에 있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성운의 독서클럽 열차를 자주 이용한다.

주변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보는 편인데, 이런 성격 덕분에 이루미를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는 수상한 남자의 존재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다.

결국 누군가에 대한 작은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은퇴한 전직 경찰

세마역에서 독서클럽 열차에 탑승하는 노인.

과거 강력계 형사였으며 은퇴한 뒤에도 현상수배범의 얼굴을 기억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지애와 성운이 수상하게 생각하던 남자가 강력범죄 용의자 강치수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과거 자신이 한 시민의 제보를 가볍게 넘겼다가 한 학생을 구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 사건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

강치수

이루미를 오랫동안 미행하고 있던 남자.

다른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로 이미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었으며 여러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정해 생활 패턴을 관찰하고 있었다.

이루미가 언제 지하철을 타고 어디에서 내리는지, 학원이 끝난 뒤 어디로 이동하는지까지 파악하고 있다.

태성휘

성운의 아버지.

충남 천안 출신으로 IT 회사에서 일한다. 고등학교 졸업여행에서 샛별을 만나 첫눈에 반하지만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서울에서 우연히 샛별을 다시 만나 연인이 되고 결혼한다.

최샛별

성운의 어머니.

성휘와 열아홉 살 무렵 처음 만나고 오랫동안 친구 관계로 지내다가 훗날 다시 만나 결혼한다.

성휘와 샛별의 만남 역시 작품 속에서 별과 인간의 탄생이 연결되는 중요한 이야기로 사용된다.

도덕 선생님

성운이 만든 자율 동아리의 지도교사.

성운이 지하철에서 실제로 책을 읽을 것이라 믿고 독특한 동아리를 허락한다.

성운이 생각하는 ‘도덕’에 관한 생각을 눈여겨본 인물이기도 하다.

지석

성운의 가장 친한 친구.

이야기의 중심 사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성운의 평범한 학교생활과 과거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지하철에서 시작된 조금 이상한 독서클럽

성운의 아버지가 서울 직장을 그만두고 천안으로 이직하면서 가족의 생활에도 변화가 생긴다.

부모는 천안으로 내려가지만 중학교 3학년인 성운은 갑작스럽게 전학하고 싶지 않아 서울에 남기로 한다. 대신 매주 주말 부모를 만나러 천안에 내려가는 것이 조건이다.

마침 금요일 마지막 수업이 자율 동아리 활동이었던 성운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낸다.

어차피 몇 시간 동안 지하철을 타고 천안까지 내려가야 한다면 그 시간 동안 책을 읽고 그것을 동아리 활동으로 인정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하철 1호선 독서클럽’이다.

금요일 오후 일정한 시간에 신도림역에서 출발하는 신창행 열차 7번 칸에 타고 각자 책을 읽는다.

특이한 점은 회원끼리 인사할 필요도, 토론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같은 열차 안에서 각자가 원하는 책을 읽기만 하면 된다.

성운은 처음에는 혼자 활동하지만 SNS를 통해 독서클럽을 알리면서 조금씩 사람들이 참여하기 시작한다.


신창역에서 만난 미래의 딸

어느 금요일 성운은 책을 읽다가 열차에서 깜빡 잠이 든다.

눈을 떠보니 내려야 할 성환역을 훌쩍 지나 종점인 신창역까지 와 있다.

성운이 당황하며 열차에서 내리는데 플랫폼 한쪽에서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낯선 소녀를 발견한다.

그리고 소녀가 성운에게 뜻밖의 말을 한다.

자신의 아빠라는 것이다.

성운에게는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중학교 3학년인 자신에게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딸이 있을 리 없다.

더 이상한 일도 벌어진다.

성운이 역무원을 불러오지만 역무원에게는 소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소녀는 오직 성운에게만 보이는 존재였다.


인간의 탄생과 먼 우주의 별

소녀는 자신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성운의 미래 딸이라고 설명한다.

작품에서는 인간의 탄생과 먼 우주의 별이 연결되어 있다는 독특한 설정을 사용한다.

두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먼저 태어나면 먼 우주 어딘가에 미래의 자식을 의미하는 원시성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또 다른 부모가 태어나면 원시성이 핵융합을 시작하며 하나의 별로 성장한다.

훗날 두 사람이 만나 아이가 생기면 그 별은 ‘플랫폼’을 통해 지구로 이동해 인간으로 태어나게 된다.

성운 역시 태어나기 전에는 먼 우주에 존재했던 별이었다.

하지만 성운의 미래 딸에게는 문제가 있다.

그 아이의 엄마가 될 사람이 이미 태어나기는 했지만, 열다섯 살에 죽을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래의 딸을 의미하는 원시성은 제대로 별로 성장하지 못한 채 소멸을 기다리고 있다.

은하가 성운을 찾아온 이유는 단 하나다.

미래의 엄마를 살려달라는 것이다.


성운이 남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이유

성운은 처음부터 은하의 부탁에 적극적이지 않다.

자신은 결혼할 생각도 없고 아직 만나지도 않은 미래의 아내가 자신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성운의 과거가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성운은 여러 아이에게 몰려 있던 한 여학생을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이 도와준 학생이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서 성운이 오히려 다른 아이들에게 위협적으로 행동한 사람처럼 몰리고 만다.

이후 성운은 오랫동안 조롱과 비난을 받아야 했다.

그 경험은 성운에게 큰 상처로 남는다.

누군가의 일을 도와주려고 해도 돌아오는 것은 상처뿐일 수 있다는 생각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성운은 이후 다른 사람의 일에는 최대한 관여하지 않으면서 살아간다.

은하의 부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태은하’라는 이름

성운은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소녀에게 아빠 대신 이름을 부르라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성운 역시 소녀를 부를 이름이 필요하다.

아직 인간으로 태어나지 않았던 소녀에게는 이름이 없었다.

성운은 고민 끝에 소녀에게 ‘태은하’라는 이름을 만들어준다.

성운의 성인 ‘태’에 은하를 붙인 이름이면서, 동시에 죽어가는 은하가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은하’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은하 역시 자신의 이름을 마음에 들어 한다.

처음에는 은하의 존재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던 성운에게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는 장면이다.


미래의 엄마 이루미를 찾아라

은하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미래 엄마의 이름이 이루미라는 것.

4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죽는다는 것.

그리고 사인이 질식이라는 것뿐이다.

성운과 은하는 이루미를 찾을 방법을 고민하다 은하가 처음 나타났던 날의 상황을 다시 생각한다.

은하는 신창역에서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온양온천역과 신창역 사이의 긴 터널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면 임시 플랫폼이 열린 순간 같은 열차 안에 성운뿐 아니라 이루미 역시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성운은 다음 금요일 다시 똑같은 시간의 지하철에 탄다.


독서클럽 회원이 발견한 이상한 남자

이 과정에서 독서클럽 참가자인 직장인 한지애가 중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애는 매주 같은 열차를 이용하면서 진위역에서 타고 서정리역에서 내리는 한 여학생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학생만큼이나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매번 그 학생이 내릴 때 함께 내리는 한 남자였다.

처음에는 우연히 목적지가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학생이 한 번 잠들어 평소 내리던 역을 지나쳤을 때도 남자가 내리지 않고 그대로 따라가는 것을 보고 지애는 이상함을 느낀다.

성운과 은하는 진위역에서 올라온 여학생의 명찰을 확인한다.

이름은 이루미.

마침내 미래의 엄마를 찾은 것이다.

그리고 이루미를 바라보는 수상한 남자 역시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


남자는 단순한 미행범이 아니었다

다음 주 성운과 지애는 남자의 정체를 더 확인하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세마역에서 열차에 탄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노인은 은퇴한 전직 경찰이었다.

그는 수상한 남자의 얼굴을 보고 과거 자신이 봤던 현상수배 사진을 떠올린다.

남자는 강치수.

이미 다른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로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던 인물이었다.

이제 이루미가 처한 상황은 단순히 이상한 사람이 뒤따라오는 정도가 아니었다.

실제 강력범죄자가 오랫동안 이루미를 범행 대상으로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성운과 지애, 전직 경찰은 결국 이루미가 죽는 것으로 알려진 마지막 금요일에 함께 그녀를 지키기로 한다.


운명의 금요일

마침내 4월 마지막 주 금요일이 찾아온다.

성운과 지애는 평소처럼 열차를 타고 이루미를 지켜본다.

은퇴한 경찰은 강치수가 평소보다 일찍 움직일 가능성까지 생각하며 따로 주변을 확인한다.

강치수는 실제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날 이루미는 논술학원을 마친 뒤 평소처럼 곧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근처 수변 산책로로 향한다.

성운 일행은 횡단보도에서 잠깐 이루미를 놓치고 만다.

그 순간 성운에게만 들리는 은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성운이 달려간 곳에서 예상했던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강치수가 이루미의 목을 조르고 있었던 것이다.

은하가 알고 있던 ‘질식사’라는 미래가 바로 눈앞에서 현실이 되려 하고 있었다.

성운은 망설이지 않고 강치수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중학생인 성운이 성인 남성을 혼자 제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성운까지 위험해진 순간 전직 경찰이 도착해 강치수를 제압한다.

뒤이어 경찰들도 현장에 도착하면서 이루미는 목숨을 구한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것

사건 이후 강치수는 이미 오랫동안 이루미를 따라다니면서 그녀의 생활 패턴을 조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어느 역에서 지하철을 타는지, 어느 학원에 가는지, 수업이 끝난 뒤 어디를 걷는지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더 무서운 것은 이루미만 관찰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두고 움직이고 있었다.

이루미를 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사람의 작은 관심이 이어져 있었다.

지애가 매주 같은 여학생과 남자의 행동을 기억하지 않았다면 미행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은퇴한 경찰이 평소 현상수배범의 얼굴을 기억하지 않았다면 강치수의 정체도 몰랐을 것이다.

성운이 과거의 상처 때문에 끝까지 남의 일이라고 외면했다면 이루미를 구할 수도 없었다.

특히 은퇴 경찰에게는 과거의 아픈 기억이 있었다.

현직 경찰이던 시절 한 시민이 평소 자주 보이던 학생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다며 신고했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긴 일이 있었다.

그 학생은 결국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그에게 그 사건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이루미를 구하는 또 하나의 힘이 된다.


죽어가는 은하에서 태어난 별

이루미가 살아남고 나자 은하는 갑자기 성운의 곁에서 사라진다.

성운은 처음에는 은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그러다 꿈속에서 먼 우주에 있는 NGC-1947 은하를 보게 된다.

새로운 별이 거의 태어나지 않는 죽어가는 은하.

그곳에서 이전에는 없었던 작은 별 하나가 빛나고 있다.

이루미가 죽을 운명에서 벗어나면서 은하의 원시성이 마침내 핵융합을 시작한 것이다.

은하는 이제 언젠가 실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15년 뒤

시간이 흘러 15년 뒤.

성운은 어른이 되어 결혼했고 아내는 이루미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어린 딸이 있다.

딸의 이름은 태은하.

신창역에서 처음 만났던 미래의 딸이 정말 성운과 이루미의 아이로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어느 날 어린 은하가 장난처럼 성운을 이름으로 부른다.

성운이 왜 아빠에게 이름을 부르냐고 묻자 은하는 예전에 아빠가 그렇게 부르라고 하지 않았느냐는 듯한 말을 한다.

과거 신창역에서 성운이 미래에서 온 은하에게 실제로 했던 말과 닮아 있다.

하지만 어린 은하가 정말 그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작품은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 작은 여운을 남긴 채 또 하나의 비밀이 밝혀진다.


처음 플랫폼을 연 사람

은하가 과거의 성운에게 나타날 수 있었던 임시 플랫폼은 원래 생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플랫폼을 열었을까.

답은 이루미였다.

어린 시절 이루미의 부모는 가족을 위해 쉬지 않고 일했다.

루미는 처음에는 부모가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부모가 자신과 언니를 위해 그렇게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 이루미는 궁금해진다.

부모에게 자식이라는 존재가 무엇이기에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언젠가 자신도 엄마가 되어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직 얼굴도 이름도 없는 미래의 아이에게 언젠가 꼭 만나자고 마음속으로 이야기한다.

그 간절한 마음이 시간과 우주의 경계를 넘어 임시 플랫폼을 만들어낸다.

결국 아직 태어나지 않은 은하는 과거로 와서 자신의 엄마를 살렸고, 그 덕분에 미래에서 실제로 태어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애초에 은하가 과거로 올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사람 역시 미래의 엄마인 이루미였다.

부모가 아이를 태어나게 하고, 미래의 아이가 다시 부모의 생명을 구하는 묘한 순환이 완성된다.


‘플랫폼’이라는 설정이 재미있었던 이유

이 작품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플랫폼’이라는 단어를 여러 의미로 연결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지하철 승강장이다.

성운과 독서클럽 사람들이 만나는 곳도 지하철 플랫폼이다.

하지만 작품 속 플랫폼은 서로 다른 존재를 연결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먼 우주의 별과 지구의 인간을 연결하고, 부모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식을 이어준다.

생각해 보면 성운이 만든 독서클럽 자체도 하나의 플랫폼이다.

이름도 모르고 서로 대화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 매주 같은 열차에서 책을 읽는다는 이유만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그 느슨한 연결 속에서 서로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결국 이루미의 생명을 구한다.

처음에는 지하철과 우주가 너무 멀리 떨어진 소재처럼 느껴졌는데 끝까지 읽고 나면 두 설정이 꽤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진다.


성운의 변화가 이 이야기에서 중요했던 이유

개인적으로는 우주와 시간의 설정보다 성운의 변화가 더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성운에게는 분명 남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만한 이유가 있었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준 행동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상처받았다면 다음부터는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것이 가장 편한 선택일 수도 있다.

성운 역시 그렇게 살아간다.

처음 은하에게 이루미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도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선을 긋는다.

그런 성운이 마지막에는 이루미가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자 자신의 안전을 따질 틈도 없이 뛰어든다.

성운이 갑자기 영웅적인 사람이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품은 끝까지 성운을 특별한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다.

성운이 도덕 선생님에게 했던 말처럼 그냥 ‘평범하게 잘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그래서 더 마음에 남았다.


관심과 오지랖 사이

한지애라는 인물도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를 유심히 살펴보는 행동은 상황에 따라 오지랖으로 보일 수도 있다.

지애 자신도 자신의 그런 성격을 부담스러워한다.

하지만 지애가 매주 같은 열차에 타는 사람들을 기억하지 않았다면 이루미를 따라다니던 남자의 행동도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은퇴 경찰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과거에는 누군가의 작은 제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고 결국 그것이 평생의 후회로 남았다.

이번에는 반대로 작은 이상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작품이 말하는 관심은 타인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간섭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누군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신호를 보고도 ‘나와 관계없는 일’이라고 외면하지 않는 정도의 관심에 가깝다.

그 작은 차이가 결국 한 사람을 살린다.


부모와 자식에 대한 이야기

끝까지 읽고 나면 결국 이 작품의 중심에는 부모와 자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성운은 아직 부모가 되기는커녕 결혼조차 생각하지 않는 중학생 때 자신의 미래 딸을 만난다.

처음에는 자신과 아무 관계도 없는 존재처럼 느껴졌던 은하는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성운에게 소중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미래에서 실제로 은하를 품에 안은 성운은 15년 전에 만났던 소녀가 무엇을 지키려고 과거까지 왔는지를 비로소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을 것 같다.

마지막에 밝혀지는 이루미의 이야기도 좋았다.

미래의 자식이 과거의 부모를 구했다는 설정만으로 끝났다면 비교적 익숙한 시간여행 이야기로 남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미래의 아이를 과거로 불러온 사람 역시 아직 엄마가 되기 전의 이루미였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이야기가 하나의 원처럼 닫힌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이 결국 그 아이가 태어날 미래를 만들어낸 셈이다.


읽고 난 뒤

《지하철 1호선 독서클럽》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독서 동아리 이야기로 시작해 미스터리와 추적극으로 바뀌고, 여기에 우주와 시간의 설정이 더해진다.

설정만 놓고 보면 꽤 복잡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에는 비교적 단순한 질문이 있다.

다른 사람의 일에 어디까지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정해진 운명은 바뀔 수 있는가.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가족도 이미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일 수 있는가.

특히 처음에는 서로 아무 관계가 없던 독서클럽 사람들이 조금씩 연결되고, 결국 그 연결이 한 사람을 살리는 과정이 좋았다.

무언가 대단한 능력을 가진 영웅 한 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이 각자 발견한 작은 단서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가 달라진다.

그래서 판타지적인 설정이 많은 작품인데도 마지막에 남는 감정은 꽤 현실적이었다.

누군가를 조금 더 바라보고, 이상한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필요할 때 한 걸음 내딛는 것.

그 정도의 행동만으로도 누군가의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읽혔다.

그리고 성운이 처음에는 원하지 않았던 미래의 가족이 결국 가장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는 마지막 장면까지 보고 나면 제목의 ‘독서클럽’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책을 읽기 위해 만들어졌던 작은 모임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플랫폼이 되었고, 그 연결에서 한 가족의 미래가 시작되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따뜻한 여운이 오래 남았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