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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세이.시

《일억 번째 여름》 인물 정리와 전체 줄거리, 끝없는 여름이 끝난 뒤 찾아온 첫 계절

 

청예의 《일억 번째 여름》은 처음에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SF 판타지처럼 시작한다. 영원히 여름이 계속되는 행성,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두 종족, 고대 인류가 남긴 수수께끼 같은 예언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중심은 세계의 멸망보다 사람에게로 이동한다.

누군가를 살리고 싶어서 거짓말을 하고, 배신자로 오해받으면서도 자신의 계획을 끝까지 감추고, 결국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차례로 드러난다.

특히 초반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록과 일록의 행동이 후반부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바뀌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앞부분의 장면들을 다시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었다.

※ 아래부터는 작품의 전체 내용과 결말까지 포함하고 있다.


《일억 번째 여름》 주요 인물 정리

주홍

미미족의 족장이자 자연재해의 징조를 감지하는 채집자다.

주홍은 어린 나이지만 사람들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과거 부모가 지진 에너지를 채집하다 목숨을 잃었고, 그 사건에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며 오랫동안 죄책감을 품고 살아간다.

다리가 약한 이록을 어린 시절부터 업고 다닌다. 처음에는 족장으로서 해야 할 일처럼 시작됐지만 이록은 어느새 주홍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다.

주홍은 이록에게 자신의 다리가 되어 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록 역시 주홍이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강하고 책임감이 강한 인물이지만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두려움을 안고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인물에 가깝다.

이록

미미족 어머니와 두두족 족장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신체는 매우 약하지만 고대 인류의 여러 언어를 해독하는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이 때문에 두두족은 이록을 이용해 고대 인류가 남긴 유적을 조사한다.

오랫동안 주홍의 등에 업혀 다니며 두 사람은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된다.

이록은 처음에는 거짓말을 하지 못할 만큼 순수한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야기 후반부에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오히려 가장 큰 거짓말을 선택한다.

중반 이후 갑자기 미미족을 버리고 두두족 편에 선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 행동에는 전혀 다른 목적이 숨어 있다.

일록

이록의 이복형이다.

역시 미미족과 두두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지만 이록처럼 완벽한 해독 능력을 갖지 못했다. 두두족 족장인 아버지는 그런 일록을 실패작처럼 대한다.

처음 등장할 때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미미족을 모욕하고 두두족을 위해 일하며 심지어 미미족 마을에 지진까지 일으킨다. 그래서 주홍과 백금에게는 완벽한 배신자로 보인다.

하지만 후반부에서 일록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가 밝혀지면서 인물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바뀐다.

일록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은 연두다.

연두

미미족 채집자이며 주홍과 백금의 친구다.

다른 사람을 쉽게 미워하지 못하는 다정한 성격을 지녔다. 다른 사람들이 불길하게 여기는 어둠꽃조차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 아주 뛰어난 채집자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위험한 일을 계속한다.

일록과는 어린 시절부터 특별한 관계였으며, 일록이 미미족을 떠난 뒤에도 그를 완전히 미워하지 못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후반부에서 일록의 선택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된다.

백금

주홍과 연두의 친구이자 강한 신체 능력을 가진 미미족 채집자다.

말수가 적고 두두족을 강하게 증오한다. 두두족 족장의 아들인 이록에게도 처음부터 호의적이지 않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자신의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가장 먼저 몸을 던지는 인물이다.

주홍에게 특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이야기 마지막에는 자신이 누구를 위해 살아왔는지를 행동으로 보여 준다.

이록의 어머니

미미족 출신으로 과거 고대 문자를 연구했던 해독가다.

두두족 족장과의 사이에서 이록을 낳았지만 두두족의 지배 체제에는 순응하지 않는다.

고대 선조가 남긴 지하 벙커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으며, 일억 번째 여름이 다가오자 미미족을 살리기 위한 계획을 준비한다.

이야기 초반 지진 이후 실종되면서 사망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그녀의 행방 역시 후반부의 중요한 비밀이다.

두두족 족장

이록과 일록의 아버지이며 하얀성을 지배하는 인물이다.

미미족을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미족이 목숨을 걸고 자연재해 에너지를 채집하게 하고 그 에너지로 두두족의 도시를 유지한다.

고대 예언에서 한 종족이 멸망한다는 내용을 알게 된 뒤에는 자신의 종족을 살리기 위해 미미족을 먼저 없애려 한다.

두 아들 역시 가족이라기보다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가깝게 대한다.


영원한 여름이 이어지는 세계

《일억 번째 여름》의 배경이 되는 행성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사계절이 없다.

과거 인류는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에 정착했지만 이곳 역시 거대한 소행성과 충돌한다.

충돌의 영향으로 행성의 운동이 달라지면서 한쪽 면은 항상 항성 랑데부를 바라보게 된다.

빛을 받는 쪽에는 영원한 낮과 여름이 이어지고 반대쪽에는 끝없는 어둠과 추위가 계속된다.

고대 인류가 사라진 뒤 그들의 유전 정보를 기반으로 새로운 인류인 네오인이 등장한다.

네오인은 미미족과 두두족이라는 두 집단으로 나뉜다.

미미족은 자연환경에 적응한 강한 신체를 갖게 되었고, 두두족은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킨다.

처음에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던 관계였다.

그러나 기술과 식량을 장악한 두두족이 점차 우위를 차지하면서 관계가 변한다.

미미족은 위험한 자연재해 현장에서 에너지를 채집하고 두두족은 그 대가로 식량을 제공한다.

두두족은 그렇게 모은 에너지로 거대한 공중도시 하얀성을 유지한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자연재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고대 인류가 남긴 거대한 장치를 두두족이 작동시키면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재해도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


푸른 어둠꽃과 일억 번째 여름

이야기는 주홍이 이록을 등에 업고 고대 유적 콜로나를 조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두두족은 콜로나 어딘가에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궁극의 원천’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고대 문자를 읽을 수 있는 이록이 유적을 해독하고 주홍은 걷기 힘든 이록을 업고 이동한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이상한 광경을 발견한다.

그동안 한 번도 꽃을 피우지 않았던 어둠꽃에서 푸른 꽃이 핀 것이다.

오랫동안 전해지던 예언에는 어둠꽃이 푸르게 피어나는 일억 번째 여름이 오면 낡은 한 종족이 멸망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즉 예언이 시작된 것이다.

주홍은 꽃을 짓밟으며 현실을 부정하지만 이록은 이미 시작된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그때 일록이 나타난다.

일록 역시 푸른 어둠꽃을 발견하고 일억 번째 여름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미족 마을에 지진이 발생한다.


지진과 이록 어머니의 실종

미미족은 자연재해를 감지하고 에너지를 채집할 수 있다.

주홍에게 지진은 특히 고통스러운 기억이다.

어린 시절 주홍의 부모 역시 지진 에너지를 채집하다 목숨을 잃었다.

주홍은 어린 자신이 어머니에게 채집 명령을 전달했던 일을 기억하며 부모의 죽음에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지진에서 마을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남는다.

하지만 한 사람이 사라진다.

이록의 어머니다.

지진이 일어나기 직전 그녀를 찾아온 사람이 일록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은 일록을 의심한다.

백금은 일록이 일부러 이록의 어머니가 있는 장소에 지진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이록 역시 어머니가 죽었다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것은 훗날 밝혀지는 커다란 진실의 시작이다.


하얀성에서 발견한 지하 벙커 지도

일억 번째 여름이 시작되자 주홍은 미미족을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연두와 함께 하얀성으로 향한다.

그곳은 미미족이 위험을 감수하며 모은 에너지로 유지되는 두두족의 낙원이다.

주홍과 연두는 일록을 설득하지만 일록은 오히려 냉정하게 두 사람을 밀어낸다.

그런데 주홍은 일록이 남긴 행동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결국 주홍과 이록은 몰래 하얀성에 들어가 일록이 숨겨 놓은 기록을 찾아낸다.

그곳에는 고대 인류가 만들었다는 거대한 지하 벙커의 지도가 있다.

소행성 충돌과 같은 재앙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피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이다.

더욱 이상한 것은 일록이 이미 일억 번째 여름의 시작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일록이 단순히 두두족의 명령만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단서가 처음 등장한다.


갑자기 변해 버린 이록

이후 이록은 어머니가 남긴 기록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때부터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록은 궁극의 원천을 발견하면 전부 아버지에게 주겠다고 말한다.

주홍은 지하 벙커로 도망쳐야 한다고 설득하지만 이록은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은 크게 다툰다.

평생 주홍에게 업혀 다녔던 이록은 더 이상 주홍에게 자신의 다리가 되어 달라고 하지 않는다.

두두족 족장은 이록에게 스스로 걸을 수 있도록 기계 장치까지 제공한다.

이록은 어머니를 지키지 못한 미미족을 위해 자신이 일할 이유가 없다고 선언한다.

주홍에게는 완벽한 배신처럼 보인다.

그리고 두 사람이 오랫동안 이어 온 관계도 여기서 끝나는 것처럼 보인다.


이록이 찾아낸 ‘궁극의 원천’

이후 시점이 이록에게 넘어가면서 그동안 알 수 없었던 속마음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록은 마지막 콜로나에서 푸른 통 수십 개를 발견한다.

두두족이 평생 찾아 헤매던 궁극의 원천이라고 판단할 만한 물건이다.

이록은 아버지에게 연락해 자신이 궁극의 원천을 찾았다고 알린다.

그리고 전부 두두족에게 가져가도록 한다.

이록은 아버지에게 이 물질을 몸에 사용하면 훨씬 오래 살 수 있으며 엄청난 에너지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두두족은 열광한다.

하얀성에서는 궁극의 원천을 이용한 축제까지 열린다.

겉으로 보면 이록은 완전히 아버지의 편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 이록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마지막 확인을 하고 있었다.

궁극의 원천이 충분하다면 미미족과도 나눌 것인지 묻는다.

아버지는 거절한다.

두두족 족장은 애초부터 미미족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이록의 진짜 계획

이록은 마지막 식량을 전달한다는 명목으로 미미족 마을을 방문한다.

그리고 주홍에게 일부러 잔인하게 행동한다.

주홍의 마음을 완전히 끊어 놓으려는 듯 행동하고 백금에게까지 공격을 당한다.

하지만 이록은 백금을 따로 불러 자신의 진짜 계획을 알려 준다.

두두족이 곧 미미족을 없애려 하니 사람들을 데리고 지하 벙커로 도망가라는 것이다.

이록이 주홍에게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은 이유도 있다.

주홍에게 계획을 알려 주면 자신을 두고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홍이 자신을 미워하게 만들어서라도 벙커로 보내야 했다.

이록은 자신의 평생 친구이자 자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배신자가 되기로 선택한 것이다.


또 한 명의 배신자였던 일록

이야기는 다시 일록의 시점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일록의 과거와 지진의 진실이 밝혀진다.

일록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아버지에게 외면받았다.

반면 이록은 완벽한 해독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아버지의 관심을 받는다.

일록은 그런 이록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성장한다.

그런 일록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던 사람이 연두였다.

연두 역시 자신을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의 부족함을 이해하며 가까워진다.

연두의 꿈은 거창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오래 살아가는 것.

평범하게 밥을 먹고 산책하고 다음 날 다시 만나는 삶이었다.

일록에게도 어느 순간 연두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록의 어머니가 일록에게 지하 벙커의 존재를 알려 준다.

하지만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려면 두두족의 감시를 피해 행성 뒤편으로 가야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위험한 계획을 세운다.

일록이 작은 지진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이록의 어머니가 죽은 것으로 위장하는 것이다.

즉 일록이 일으킨 지진은 이록의 어머니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살려서 두두족의 감시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계획이었다.

이록의 어머니는 그렇게 행성 뒤편으로 떠나 지하 벙커를 찾아 나선다.

일록은 두두족에 들어가 내부에서 정보를 얻는다.

미미족에게는 배신자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미미족을 살릴 방법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일록과 연두의 마지막

일록은 무엇보다 연두를 살리고 싶어 한다.

만약 지하 벙커를 찾지 못한다면 연두 한 사람만이라도 하얀성으로 데려와 살리려 한다.

하지만 두두족 족장은 일록이 연두와 연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일록과 연두가 만나기로 한 장소에 인위적인 번개가 발생한다.

번개가 연두에게 향하는 순간 일록은 연두를 밀어낸다.

그리고 자신이 대신 번개를 맞는다.

죽음을 앞둔 일록은 연두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건네며 살아남아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연두는 그제야 알게 된다.

자신이 배신자라고 생각했던 일록은 단 한 번도 자신을 배신한 적이 없었다.


지하 벙커를 향한 마지막 피난

주홍은 미미족 사람들을 이끌고 행성 뒤편으로 이동한다.

오래된 지도 하나에 수많은 사람의 생명이 걸려 있다.

열일곱 살에 불과한 주홍에게 사람들은 계속 길이 맞는지 묻는다.

주홍이 책임감에 짓눌려 흔들릴 때 백금과 연두가 다시 합류한다.

그러나 상황은 더 악화된다.

이번에는 두두족이 만든 것이 아닌 진짜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다.

거대한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이어진다.

동시에 두두족 족장과 기사들이 미미족을 추격해 온다.

그리고 그들에게 붙잡혀 있는 이록도 함께 나타난다.

그런데 두두족 사람들의 몸에는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피부가 무너지고 몸이 망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궁극의 원천’의 진짜 정체가 드러날 시간이 가까워진다.


백금의 마지막 선택

백금은 혼란을 틈타 이록을 구한다.

하지만 두두족의 공격을 받아 크게 다친다.

주홍은 사람들을 지진이 일어날 장소에서 멀어지게 하고 두두족 족장을 위험한 지역으로 유인한다.

미미족은 평생 자연재해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재앙을 감지하고 피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반면 자연을 차단한 채 하얀성에서 살아온 두두족은 실제 재앙 앞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지면이 무너지고 두두족 족장도 추락한다.

그 과정에서 백금 역시 위험에 처한다.

주홍이 백금을 끌어올리려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두두족 기사가 주홍을 노린다.

백금은 자신이 살아남는 대신 주홍과 이록을 살리는 쪽을 선택한다.

결국 백금은 두두족 기사를 막아선 채 무너지는 지면 아래로 사라진다.

주홍에게 누구보다 강했던 친구 백금은 마지막 순간 자신의 힘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는 데 사용한다.


궁극의 원천의 진짜 정체

주홍은 이록을 업고 지하 벙커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이록의 어머니를 만난다.

하지만 이록의 몸은 이미 심각하게 망가져 있다.

이때 마지막 비밀이 밝혀진다.

두두족이 궁극의 원천이라 믿었던 푸른 통의 내용물은 새로운 에너지원이 아니었다.

고대 인류가 남긴 방사성 폐기물이었다.

고대 인류는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방사성 폐기물을 만들어 냈고 그것을 완전히 처리하지 못했다.

결국 위험한 물질을 깊은 곳에 밀봉하고 미래 세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수많은 경고를 남겼다.

콜로나 역시 보물을 숨긴 유적이 아니라 위험한 장소에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록은 마지막 콜로나를 해독하면서 그 사실을 알아낸다.

그리고 어머니가 남긴 ‘궁극의 원천을 전부 아버지에게 주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한다.

두두족이 그것을 귀중한 에너지원으로 착각해 가져가도록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이록은 아버지에게 그 물질이 영생을 가져다준다고 거짓말한다.

결국 두두족은 방사성 폐기물을 마시고 피부에 사용하고 하얀성의 에너지원으로까지 활용한다.

그 결과 스스로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된다.

문제는 이 계획을 실행한 이록 역시 방사능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록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피폭된 상태였다.


이록과 주홍의 마지막

주홍은 왜 자신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느냐며 이록에게 묻는다.

이록 역시 살리고 싶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주홍이었다.

주홍은 오랫동안 이록의 다리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반대로 이록이 자신의 죽음을 감수하면서 주홍이 살아갈 길을 만들어 준다.

평생 거짓말을 싫어했던 이록은 마지막 순간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는 때로 진실을 감춰야 하는 순간도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보다 주홍의 생일을 기억한다.

그 말을 끝으로 이록은 죽는다.

어린 시절부터 주홍의 등에 업혀 다녔던 이록은 마지막 순간에도 주홍의 등에 업혀 있다.

하지만 처음과 마지막의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어릴 때 주홍은 이록에게 다리를 빌려주었다.

마지막에는 이록이 주홍에게 살아갈 미래를 남겨 준다.


예언의 진짜 의미

미미족 사람들은 지하 벙커에 들어가 살아남는다.

그곳에는 고대 인류가 남긴 식량과 물, 생존 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주홍은 이록과 백금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무너지지만 이록의 어머니와 연두는 다른 방식으로 사건을 바라본다.

주홍이 계속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마지막 순간 주홍을 위해 자신을 내놓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홍은 고대 예언에 등장했던 이상한 도형들의 의미를 이해한다.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진 도형들이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른 존재들이 서로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선조들이 남기려 했던 메시지였다.

‘낡은 한 종족이 멸망한다’는 예언 역시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죽여야 한다는 의미로만 볼 수 없었다.

두두족과 미미족으로 서로를 나누고 한쪽이 다른 한쪽을 지배하던 기존의 체제 자체가 끝나야 한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그리고 고대 인류가 대비하고 있었던 진짜 재앙도 밝혀진다.

다시 찾아오는 소행성 충돌이다.


일억 번째 여름의 끝

마침내 거대한 소행성이 행성과 충돌한다.

산이 무너지고 바다가 요동치는 대재앙이 벌어진다.

하지만 미미족 사람들은 선조가 남긴 지하 벙커에서 살아남는다.

시간이 흐른 뒤 벙커에 보관된 식량과 물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결국 사람들은 다시 지상으로 나가야 한다.

주홍과 연두가 먼저 밖으로 향한다.

문을 열고 나온 두 사람이 본 것은 자신들이 평생 한 번도 보지 못한 세계다.

영원히 어둠에 잠겨 있던 행성의 뒤편까지 랑데부의 빛이 들어오고 있다.

소행성 충돌이 행성의 운동에 변화를 일으키면서 영원한 낮과 영원한 밤으로 나뉘어 있던 세계가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나무에는 초록색 잎만 있는 것이 아니다.

붉은색과 노란색, 갈색의 잎들이 함께 보인다.

그들에게 처음 찾아온 새로운 계절이다.

가을이다.

일억 번이나 반복되었던 여름은 마침내 끝난다.

주홍은 이제 자신들을 미미족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그만두려고 한다.

두두족과 미미족이라는 구분 때문에 반복되어 온 차별과 지배를 끝내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없는 여름이 끝난 자리에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다.


배신처럼 보였던 선택들이 모두 희생이었던 이야기

《일억 번째 여름》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배신이라는 장치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일록이 배신자처럼 보인다.

그리고 중반에 들어서면 이록마저 주홍과 미미족을 배신한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을 믿었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가장 미움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을 한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들의 행동이 정반대의 의미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일록은 연두를 살리려고 했다.

이록의 어머니가 벙커를 찾을 수 있도록 자신의 고향에 지진을 일으켰고 스스로 두두족의 사람이 됐다.

결국 자신이 사랑했던 연두 대신 죽는다.

이록도 주홍을 살리고 싶었다.

주홍이 자신을 기다리지 않고 미미족 사람들을 데리고 떠나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주홍에게 상처를 준다.

그리고 두두족을 무너뜨릴 계획을 실행하면서 자신까지 방사능에 노출된다.

백금 역시 마지막 순간 자신의 생존보다 주홍과 이록의 생존을 선택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살아남고 누가 죽었는가만은 아니었다.

누구를 살리기 위해 어떤 선택을 했는가가 훨씬 중요하게 느껴졌다.


‘쓰임’이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생각 중 하나가 사람의 ‘쓰임’이다.

주홍은 이록을 업는 것이 자신의 쓰임이라고 생각한다.

이록은 약한 자신의 몸 때문에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일록 역시 완벽한 해독 능력을 가진 이록과 자신을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특별한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연두도 뛰어난 채집자가 되지 못하는 자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그런데 이야기가 끝날수록 이런 생각 자체가 조금씩 흔들린다.

사람은 반드시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주홍과 이록에게 가장 중요했던 순간 역시 거대한 업적을 이루었을 때가 아니다.

함께 밥을 먹고, 서로 장난을 치고, 내일도 다시 만나기를 기대했던 평범한 순간들이다.

일록이 연두와 꿈꾼 것도 대단한 미래가 아니다.

그저 오래 살아서 평범한 하루를 계속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희생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들이 거대한 영웅이 되고 싶어서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내일도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개인적인 마음에서 시작된다.


고대 문명이 남긴 두 개의 유산

작품 속 고대 인류가 남긴 유산도 흥미로웠다.

하나는 방사성 폐기물이고 다른 하나는 지하 벙커다.

둘 다 고대 문명이 남긴 것이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방사성 폐기물은 인간이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놓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반대로 지하 벙커는 미래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준비한 시설이다.

과거 세대가 미래에 남길 수 있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 이 두 시설을 통해 대비된다.

특히 두두족은 고대 기술을 무조건 자신들보다 우월한 문명이 남긴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고를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석한다.

결국 ‘궁극의 원천’을 향한 욕망이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서로 다른 존재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

이 작품의 가장 큰 주제는 결국 공존이라고 느꼈다.

미미족은 강한 육체를 가졌지만 고대의 지식을 읽지 못한다.

두두족은 뛰어난 기술과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능력은 부족하다.

처음에는 서로 부족한 것을 보완할 수 있는 관계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쪽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면서 지배와 착취가 시작된다.

그 결과 두 종족 모두 멸망의 위기를 맞는다.

고대 예언에 등장하는 서로 반대 방향의 도형들이 결국 하나로 이어지는 것도 같은 의미로 읽힌다.

완전한 사람 하나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부족한 존재들이 함께 있을 때 비로소 완전한 세계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주홍이 미미족이라는 이름 자체를 버리려는 선택이 중요하게 느껴졌다.

누가 미미족이고 누가 두두족인지 구분하는 순간부터 다시 같은 역사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없는 여름 다음에 찾아온 가을

제목 때문에 처음에는 ‘일억 번째 여름’이 어떤 특별한 재앙을 의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것은 거대한 재앙이 시작되는 시기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제목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일억 번째 여름은 오래된 세계의 마지막 여름이기도 하다.

두두족이 미미족을 지배했던 시대가 끝나고,

영원한 낮과 영원한 밤으로 나뉘었던 세계가 끝나고,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던 역할과 종족으로 서로를 판단했던 시대도 끝난다.

그리고 주홍과 살아남은 사람들이 처음 맞이한 계절은 가을이다.

보통 가을은 무언가가 저물어 가는 계절로 표현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시작을 의미한다.

아무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첫 번째 가을이기 때문이다.

이록과 일록, 백금은 그 계절을 보지 못한다.

그래서 결말이 마냥 희망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기 위해 너무 많은 사람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그들의 선택 덕분에 남겨진 사람들이 다음 계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일억 번째 여름》은 결국 세상의 마지막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끝에서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는 이야기였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사랑하는 사람만큼은 살아남았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서로 다른 존재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거대한 SF 세계관 안에서 끝까지 이어진다.

마지막에 처음 등장한 가을 풍경이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다.

끝난 것은 세상이 아니라 오래된 방식의 세계였고, 주홍에게는 그제야 진짜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었다.